
단락입니다. 여기를 클릭해 원하는 텍스트를 추가하고 편집하세요. 단락은 내 얘기를 전하고 사용자들에게 나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외관 :
혼혈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듯 아이의 머리칼은 금빛을 띄었고, 햇빛 아래에서 유독 반짝였다. 목깃에 막 닿을 정도의 길이인 머리칼은 본인의 관리 덕도 있지만, 원래 항상 차분하게 내려앉는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유독 정수리에 비죽 튀어나온 더듬이가 눈에 띈다. 저 더듬이만큼은 빗어도 계속 튀어나오는 모양으로, 아이도 이제는 포기하고 제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더라.
큰 편에 속하는 눈은 동글동글, 끝은 아래로 살짝 쳐져 순한 인상을 풍긴다. 위쪽엔 연한 쌍커풀이 자리잡고 있다. 눈은 머리칼과 대비되듯 밝은 푸른빛이다. 속눈썹은 긴 편, 숱이 많아 딱 좋은 모양으로 말려올라가 있다. 서양인의 것과, 동양인의 것을 섞어놓은 듯 코는 높지도, 낮지만도 않은 딱 중간이다. 피부는 햇볕을 많이 보지 못한 듯 하얀 편에 속한다. 꼭 다문 입술은 좀처럼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법이 없다. 무심한 듯, 또 멍한 듯.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은, 감정 표현을 하고 싶을 때면 다만 입술을 오물오물, 작게 달싹일 따름이다.
흰 셔츠는 아이의 성격을 보여주듯 맨 위까지 채워진 채 얌전하다. 리본 역시 풀려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꼭 맨 채다. 아이의 시점에서 왼쪽 카라에 달린 별은 두 개. 빨간 체크무늬의 반바지도, 흰 양말도, 검은 단화도 '이렇게 입어야 한다'라고 알려준 그대로로, 좀처럼 어기는 법이 없다.
성격 :
차분하다. 나이에 비해 의젓하더라. 아이를 본 어른들은 입을 모아 그리 말했다. 아이는 주변 상황에, 그리고 주변인에 따라 자신이 어찌 행동해야 좋을지를 잘 알았다. 그 속내를 알면 약삭빠르다, 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나, 아무도 아이의 속내를 모르니 결국 그들은 그저 아이의 칭찬을 할 뿐이었다. 어떤 상황에 처하던 침착했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싸우는 일도,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리는 일도 없었다. 제 감정을 절대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고, 항상 한 번의 필터를 거쳐서 나온다. 항상 표정이 없거나, 멍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표정을 쉬이 드러내면, 감정을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는, 열 두 살의 평범한 아이이다. 종종 그대로 드러나버리는 감정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저도 모르게 환히 웃거나, 참을 수 없을 만큼 속상한 일이 생기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것이 그 예이다. 아이가 이런 성격이 된 건 그리 교육받은 탓이 크다. 좋은 아이로 행동해야 한다, 라는 강박관념. 그와 동시에 그 강박관념은 아이 본인에게도 작용해, 그 의젓함은 어느새 아이의 성격으로 스며들기도 했다.
그러니, 아이는 꽤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거나, 이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적인지, 아닌지. 아이는 그런 것을 판단하는 데에 꽤 감이 좋았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상대의 눈을 보면 그러한 일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저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을 쉬이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정을 쉽게 주고, 또 아주 가끔, 정에 목말라 하는 모습도 얼핏 비친다. 아이의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가정환경이니, 이러한 모습도 그 탓이겠지.
아이는 호기심이 많았다. 더불어 한 번 마음먹은 일은 확실히 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새로운 것이나, 제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시원하게 해결하기 전까지 놓지 않고는 한다.
그러니, 종합해보자면, 좋은 아이, 어른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어, 그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아이는, 사실은 정말로 아이답고, 또 무척 정이 고팠다더라.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앨리스 :
더블, 앨리스를 많이 쓸 수 있지만 몸에 영향을 끼쳐 사용자의 수명이 줄어드는 타입,
잠재능력계통 중력조절 앨리스.
(자신 주변 반경 3m 이내에서 사물, 혹은 사람의 중력을 조절 가능. 자신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범위는 반중력~납작 엎드리게 해 움직임을 막는 정도. 사람을 다치게 하는 정도는 불가능. 다만 3m 범위 내여도 한 번에 셋보다 많은 물체(사람)를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많은 수의 중력을 조절하려 시도할 경우 집중력이 흐트러져 아예 앨리스 자체가 풀려버린다. 이 경우 한동안 두통이 생기는 모양이다.),
머리카락 조절 앨리스, 식물 조종 앨리스와 상성이 잘 맞는다.
잠재능력계통 - 자기력 조절 앨리스.
자기 주변 반경 2.5m의 자기력을 조절 가능하다. 다만 자기력의 성질에 따라 자기 주변에서 멀어질수록 그 세기가 약해진다. 흙에서 뽑아낸 사철(砂鐵)로 검 등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체는 고속진동시켜 쏘아보낼 수 있다. 주변의 철로 된 물체를 자기력으로 뭉치고 공중에 띄워서 방패로 쓸 수도 있다. 자기력만으로 방패를 만드는 것은 아직 사용이 미숙해 하지 못한다. 다만 공격해오는 무기가 철로 된 것이라면 자기력으로 튕겨내는 것은 가능하다. 자기력을 이용해서 기둥이나 벽에 붙어 걷거나 뛰어다니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계속해서 앨리스를 사용해야 하는 데다가 아직 본인의 제어가 미숙해 불가능하다. 꾸준히 훈련을 한다면 중등부 쯤에는 가능할 거라는 판정을 받았다. 앨리스를 한 번에 많이, 혹은 오랜 시간 사용하면 작게는 두통과 이명이 있고, 갈수록 심해져 기절할 정도까지 이를 수 있다.
기타 :
아이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산책하다 발견한 예쁜 꽃이 있다면 곧잘 돌보아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릴 적부터 자주 해와서인지, 식물을 돌보는 아이의 손길은 또래답지 않게 능숙하다.
아이는 달콤한 간식 역시 좋아한다. 달콤한 것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슈크림.
아이가 가진 색은 일본인이라기엔 거리가 멀다.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이며, 아이가 어머니를 더 많이 닮은 탓이다. 그렇지만 나고 자란 곳은 일본이어서, 일어를 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번엔, 그 아이와, 아이의 엄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이는 저와 꼭 닮은 머리칼과 눈을 가진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다. 아이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항상 흐릿했다.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예쁜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었으나, 그런 아이와 엄마를 보는 눈은 퍽 곱지만은 못했다.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아이의 아버지는 퍽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었고, 아이의 어머니는 멀쩡한 남자를 홀린 년, 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가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 되어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는 수밖에 없다고. 아이의 엄마는 마냥 다정하지만은 않은 사람이었다. 원래는 다정했으나, 사람은 주변 환경에 따라 바뀌는 법이니. 아이의 엄마 역시 그러한 케이스일 것이다. 그렇기에 엄마는 아이에게 자상하지만은 않았고, 언제나 아이를 붙잡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남들을 아래에 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려면 어른스러워야 하고, 쉬이 흥분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며, 또 아이의 아버지처럼, 대단한 능력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고.
앨리스. 아이는 그 단어를 알지 못했다. 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같이 들리는 단어라는 것만 알았다. 아이의 엄마 역시, 이런 배경에서 아이가 대단한 사람이 되려면 앨리스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저도 그 앨리스라는 것이 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지금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걸까?
아이는 머리가 무거워질 때면 제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뛰어오르면 다시 금방 떨어져버릴 것을 시간을 늦추는 정도는 가능했다. 몸을 가볍게 만든 채 통통 뛰다 보면 저도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쁜 정원에서 홀로 날듯이 통통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은, 본인이 감추려 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소문이 퍼지기도 쉬웠다. 어느 날 찾아온 낯선 사람들의, 이 아이는 앨리스이며, 따라서 앨리스 학원에 가야 한다는 말에, 엄마는 이상하게도 기뻐하기보다 눈물을 먼저 터뜨렸던 것이 기억난다. 그 날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타인에게 말할 이유는 없으니.
그러니 아이는, 그저 의젓한 아이로 자라며, 오늘도 홀로 그 집에 있을 엄마에게 편지를 쓸 뿐이다.



" 반짝이지 않는 별은,
사실 어디에도 없는 건 아닐까? "
하세가와 유우
12세 146cm/35kg 10월14일생
잠재능력반 소속 중력조절 앨리스
